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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1억원 달성과 소소한 자축. 그리고 앞 날에 대한 고민

by 캔버스토리 Canvastory 2022. 9. 30.

1억원이 고스란히 찍혀 있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나눠져 있는 돈을 합산한 1억 말고. 그래서 이제야 목표 달성을 자축해본다.

8월 마지막 날, 1억까지 100만원을 남겨두고 소풍 가기 전날의 아이처럼 굉장히 설렜던 기억이 난다. 9월이 되고 드디어 1억을 찍었다. 그런데 막상 달성하니 별다른 감흥이 없다. 눈이 점점 높아지니 이 정도로는 성에 안 차는 건가 싶다. 소소한 자축으로 새로운 맥주 한 캔을 준비했다. BLANC. 시원한 탄산은 좋지만, 가벼운 느낌이라 굳이 또 마시고 싶지는 않다.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지만, 시드 머니를 모을 수 있게 해 준 것에 감사하기도 하다. 개인 사업이 어느 정도 실적을 낼 때 까지는 직장에 남아 마약 같은 월급을 받을 것인가, 내년 초 퇴사하고 사업 준비에 매진할 것인가. 사람들은 전자를 적극 추천하지만, 내 마음은 후자로 기울고 있다.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퇴사일 가안은 잡아 놨지만 확정하지는 않았다. 막상 퇴사일이 다가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고작 직장생활 1년 3개월 동안 이미 마음속으로 정했던 두 번의 퇴사일을 지나쳤다. 사회적으로 약속된 길을 벗어나는 게 이렇게 무섭고 어려울 줄은 몰랐다. 이러다가는 끝이 없으니 퇴사일을 못 박아야 하나..?

미래와 성공이 보장된 길. 사회통념상 적절한 경제력과 명예를 가질 수 있는 길이라는 의미겠지. 근데 내게 그 길은 오히려 한계가 보장된 길처럼 느껴진다. 나는 욕심쟁이라 그 정도 수준에 만족할 수 없다. 적절한 수준의 성공이 보장된 길은, 반대로 말하면 그것 밖에(그 이상) 얻을 수 없는 한계가 보장된 길처럼 보인다.

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종국에는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나만의 시스템을 가지고 싶다. 현재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의 한 구성요소에 불과하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언젠가 해야 하는 거라면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 싶다. 야생에서의 노하우도 쌓일 테고. 설령 망하더라도 빨리 망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극한의 처절함에 노출된 적이 없는 온실 속 화초의 망상에 불과한 걸까.

간단하게 1억 달성 자축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글을 적다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도 마무리는 훈훈하게 하고 싶다. 참 열심히 살아왔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거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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